일본 자동차는 말레이시아 등 일부를 제외하고 약 95퍼센트가량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자동차를 산다고 하면 일본제가 당연한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고, 베트남에서는 회사명 자체가 명사화되어 베트남에서 오토바이를 이르는 단어를 ‘혼다’라고 하는 등 이륜 자동차도 독점에 가까운 점유율을 보인다.
일본 자동차의 이러한 성공은 크게 시장 선점, 품질, 다양성, 가격에서의 우위로 말미암은 것이라 생각된다. 먼저 시장 선점이 무엇인지 설명하자면, 세계 대전 이후 동남아 국가들이 하나둘씩 독립하였으나 오랜 기간 열강의 자원 기지로만 활용된 탓에 경제적인 기반이 약했고 당대에는 인구도 그렇게 많지 않아 그다지 매력적인 시장이 아니었기에 자동차 시장의 선두를 이끌어가던 유럽과 미국은 동남아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인접한 인도나 동북아 국가들도 긴 수탈과 전란으로 크게 다를 거 없는 형편이라 제대로 된 공산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조건은 되지 않았다. 그 와중 일본은 한국전쟁과 베트남 전쟁으로 부활에 성공하여 세계적인 제조업 강국으로 부상하게 되었는데, 서구와는 달리 동남아 시장 투자 및 개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별 어려움 없이 자동차 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었고 이는 아세안 각국이 폭발적인 인구 증가와 경제 성장을 이루기 시작한 근래까지 자국 기업 외에는 거의 경쟁자가 없다시피 한 환경이 되었다. 예부터 쌓아온 기반과 신뢰로 현재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다음으로 품질이라 함은 선진국 시장에서 중요시되는 첨단 융합기술이나 타 제품과 비교되는 성능 등이 아니라 험하게 다뤄지더라도 이용에 문제가 없는 내구성과 아무리 잔고장이 적어 정비를 받을 필요가 적은 신뢰성을 말한다. 동남아 각국은 사회적인 인프라가 그렇게 잘 구축된 편이 아니기에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도로가 많고 차량이 고장나더라도 신속하게 조치받을 수 있는 카센터가 별로 없으며 이를 운영할 수리공도 넉넉하지가 않다. 따라서 한 번 사면 최대한 잔고장 없이 오래 탈 수 있는 차량을 선호하는데 당시 제조업을 선도하고 있던 일본은 제품의 이런 품질이 매우 뛰어나 이런 동남아인들의 수요를 충족시켰다. 또한 이런 특성 덕분에 현지인들간의 중고차 거래도 활발하여 비교적 소득 분위가 낮은 계층에도 차량을 보급하고, 새 제품도 꾸준히 판매할 수 있게 되었다.

서구, 특히 유럽은 자국 시장 환경에 맞추어 세단과 같은 중형차를 주력 기종으로 밀었으나, 동남아에서 그렇게 인기 있던 모델은 아니다. 도요타와 같은 일본의 자동차 기업은 저렴한 소형차부터 수용 능력과 험지 주행 능력이 월등한 대형차량, 트럭에 이르기까지 현지에 적합한 다양한 품목을 갖추어 동남아의 소비자가 원하는 기종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일본은 자동차 산업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춘 유럽, 미국보다 지리적으로 동남아시아에 훨씬 가까워 교류가 용이한데다 외교적 성공으로 관세를 낮추고 녹다운 방식의 수출, 현지 제조공장 건설 등 현지에서 생산 및 판매하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가격 면에서 경쟁 국가들보다 훨씬 우위에 설 수 있었다. 또 기업 차원에서 중고차 경매를 추진하거나 일본에서 중고차를 들여와 팔기도 하는 등 더 낮은 소득으로도 구매할 수 있도록 장려하였다. 거기에 서구의 차량보다 일본산이 연비가 좋아 유지비가 낮다는 것도 성공에 한몫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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