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과 이슬람, 슬라브 세력의 영향을 받아 같은 민족이 여러 갈래로 나뉜 구 유고슬라비아 연방의 민족들과 비슷하게 동남아시아는 전통적으로 양대 강력 세력인 인도와 중국 사이에 위치해 있으며 후에 이슬람의 영향도 강하게 받아 어느 지역이건 간에 종교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상당한 혼잡한 모양을 보인다. 특히 유고와는 달리 지역마다 민족의 구성 자체가 완전히 다른 데다 동양의 유교 문화권, 서구의 천주교 문화권과 같이 모두가 공유하는 공통 분모가 없이 고유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필리핀, 인도네시아 같이 서구의 식민화를 겪는 과정에서 각기 다른 민족이 한 데 묶여버린 경우가 있는데 이는 현재도 원활히 해결되지 못한 채 내전과 분열 및 소요 등으로 표출되고 있기 때문에 시장 진출에 앞서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수도가 위치한 자바와 서쪽의 수마트라 섬에 인구의 80%가량이 거주하고 있으며 자바를 제외한 나머지 섬에서는 독립의 움직임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수마트라 섬은 2005년에 자바 정부와 타협하고 광범위한 자치권을 얻었다. 서북단의 아체 주는 사법권까지도 이슬람의 샤리아를 근본으로 하는 등 좀 더 넓은 범위의 자치권을 얻었으나 이는 과격한 진압으로 세계적으로도 비난의 여론이 거셌던 아체 전쟁의 결과로 말미암은 것이다.

보르네오 섬은 크기가 방대함에도 인구가 적고, 자바 정부가 해당 섬으로 천도를 고려하는 만큼 정세가 꽤나 안정된 것으로 보인다. 동쪽의 말루쿠 제도는 여전히 자바에 반기를 드는 지역이 많아 불안정하고 파푸아 뉴기니와 국경을 접한 최동단의 이리안자야 지역은 거의 개발되지 않은 데다 지형이 험난해 중앙에 동화되지 않은 소수 민족이 많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웃 국가의 불안정한 정세가 이곳에도 영향을 미쳐 진출에 부적합하다. 따라서 인도네시아 진출을 꾀할 경우 자바 섬을 중심으로 수마트라나 보르네오 등지를 노려보는 편이 좋다고 생각된다.
태국은 식민지배를 당하지 않고 군주제를 유지해왔으며 기존 입헌군주제였던 제도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전제군주제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국왕과 왕족이 최고 존엄으로서 국민 위에 군림하고 있다. 비록 대학생들과 젊은 층 중에서 일부는 왕정 타파나 개혁을 갈망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시민도 다수를 점하는 데다 왕정이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어 섣불리 한 쪽에 끼어들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말레이시아는 영국의 식민 지배 탓에 말레이시아 본토와 별 연관이 없는 보르네오 북쪽까지 같은 나라로 독립하게 되었다. 말레이시아 내에서도 동부의 보르네오는 사실상 외국으로 인식된다고 하며 보르네오에서도 분리 독립의 움직임이 활발한 편이라고 한다. 경제 개발도 서쪽의 본토에 집중되어 동부는 소득수준이 낮고 인프라도 굉장히 낙후되어 있다.
베트남은 남북 간의 전쟁이 아직도 사람들의 인식 속에 남아 남베트남의 신세대도 북쪽의 중앙 정부를 그렇게 호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지는 않는다고 한다. 베트남 정부라고 하지 않고 ‘북쪽’이나 ‘공산당’으로 부르는 경우도 잦다. 경제력에 있어서도 남부가 북부에 비해 딱히 밀리는 실정도 아니며 역사적으로도 북부가 베트남의 전신인 다이비엣의 역대 왕조가 있었던 반면 남쪽은 참파 왕국이 이후 다이비엣에게 병합된 형태인데, 이 참파 왕조는 19세기 전반까지 존속했으며 다이비엣의 오랜 숙적이었던 탓에 더 동질감을 느끼지 못 하는 편이다. 심지어 민족 구성도 동북아계인 북부와 동남아계인 남부로 나뉘어 있다.
필리핀도 마찬가지로 한 데 통합된 적이 없는 각기 다른 민족 및 국가를 이전의 지배자인 스페인이 병합시킨 형태이기에 나라 전체로 볼 때 상호 동질감이 옅은 편이다. 스페인인들처럼 교육받고 다소의 특혜를 얻었던 지식인층이 스페인으로부터 노골적인 차별을 겪고 나서 의도적으로 필리핀 민족주의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 독립 후에 워낙 다른 나라에서 소요가 많았던 탓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정치환경인 것처럼 보였으나 이후에 경제가 악화되면서 주류 민족의 거점이자 중앙정부가 위치한 루손 섬과 나머지 소수민족이 거주하는 구역에서, 특히 민다나오 섬에서 분리독립의 움직임이 거세다. 진출을 한다면 루손 섬을 중심으로 하는 편이 좋을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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